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반려견이 큰 수술을 받고 하반신 마비까지 됐지만,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특히 차량을 몰던 운전자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지만 보험사 측은 현행법상 “강아지 치료비는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21일 견주 A씨가 반려견 ‘쩔미’의 일상을 공유해 온 인스타그램 계정 ‘imzeolmi’에 올라왔다.
A씨는 “오늘은 사랑스러운 쩔미 사진이 아니라 조금 슬픈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라면서 “지난 1월 말 남편과 쩔미는 차를 타고 산책하러 나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사고로 A씨 남편은 왼쪽 갈비뼈 12개가 부러지는 등 전치 48주 중상을 입었고, 반려견 쩔미는 척추가 부러져 수술했지만 하반신이 마비돼 뒷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현재 임신 상태라고 밝힌 A씨는 “남편은 적어도 일 년간 일을 못하고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곧 아이가 태어날 텐데, 생활비도 그렇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쩔미의 수술비와 치료비, 재활비는 저희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24일 국민일보에 “쩔미의 척추 수술비만 1000만원 이상이며, 입원비와 재활비를 합치면 290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달리 반려견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 부담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치료비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보험금 산정에서 대물 배상 손해액 산정 기준을 따르면 반려견에 대한 배상액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최대 1.2배까지 산정될 수 있다. 실제 치료비가 얼마나 나왔는지 등은 이 기준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더구나 쩔미는 ‘유기견’이어서 애초에 분양가라는 기준도 명확지 않은 상태다.
역시나 가해자 측 보험사는 “분양가 기준으로 보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가해자 보험사 측은 쩔미에 관한 치료비를 한 푼도 못 주겠다며 소송을 하자고 한다”면서 “음주운전은 가해자가 했는데 왜 피해는 우리가 다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이 어떻든 간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남의 인생 이렇게 망쳐놓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쩔미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살아있어 준 게 고맙다. 쩔미가 얼른 네 발로 걷고 뛰길 응원해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법 왜 이러냐” “음주 운전자는 양심이 있으면 배상해라” “아직 2살도 안 된 강아지가 이런 일을 겪다니 분노가 치민다” “반려견도 가족인데 물건 취급하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