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행인과 충돌해 상해·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자동차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15년의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술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가 마주 오던 60대 여성을 들이받아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44%였다.
1심은 특가법 5조 11의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특가법은 음주운전으로 상해·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이라고 돼 있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며 A씨에 특가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A씨는 2020년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근거로 “이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에 준해서 음주운전 처벌을 받게 됐으니, 특가법 적용 대상인 자동차 운전자가 아니다”라며 항소했다.
옛 도로교통법 148조의 2는 “혈중알코올농도 0.08~0.2%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은 징역 1년 이상 2년 이하나 벌금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는 자동차와 비교하면 위험도가 낮아 자전거에 준한다며 2020년 12월 도로교통법상 형량을 완화한 별도 처벌 규정이 신설돼 시행됐다. 도로교통법 156조의 11에는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는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고,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두 법이 규정하는 범죄행위 자체가 다를뿐더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는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고 특가법은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취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 도로교통법이 킥보드의 음주운전을 자전거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해서 킥보드의 운전자가 당연히 특가법 적용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같은 이유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런 대법원의 판단은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가 가해자인 사망 사고는 ▶2020년 10건 ▶2021년 19건 ▶2022년 25건으로 계속 느는 추세다.
청주지법은 올해 4월 전동킥보드를 타다 음주단속에 적발되면 면허를 취소하는 게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B씨는 청주시 상당구 한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음주단속에 적발돼 지난해 7월 면허가 취소됐다. B씨는 음주 후 전동 킥보드 운전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면허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