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안 10월 25일 시행… 미국·스웨덴 음주운전 재범률 90% 감소
조진혁 자유기고가
현대 사회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음주운전이다. “술 마시고 운전대 잡지 마라”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고, 언론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다룬다. 대리운전 이용이 편리하고 택시 같은 대중교통도 잘 갖춰졌음에도 여전히 음주운전이 활개 친다.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지만 이것은 분명한 범죄다. 실제로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도로교통법 제44조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며, 혈중알코올농도 0.03~0.08%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높은 수치는 처벌 강도가 강해지고,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 처벌된다.
음주운전 2회면 해당
음주운전은 습관이라고 한다. 한 번 음주운전을 하면 반복해서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속에 걸려도 처벌받은 후 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가 절반에 이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약 45%이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평균 약 250명에 달한다. 처벌과 단속 강화만으로는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24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음주운전을 치료 관점에서 접근하는 법안이 신설됐다.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으로, 10월 25일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상습 음주운전자란 음주운전으로 2회 적발된 사람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사람이 면허를 다시 취득하고 5년 이내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상습 음주운전자가 된다. 상습 음주운전자는 일반 면허 취득이 불가능하며, 그 대신 조건부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조건은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어 알코올 측정이 안 될 때만 차에 시동이 걸리는 기기다. 상습 음주운전자는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반드시 부착해야 하며, 부착 기간은 면허 취소 기간과 동일하다. 면허 취소 기간이 5년이라면 5년 동안 차에 시동을 걸 때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불어서 몸에 알코올이 없음을 인증받아야 한다. 또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경찰에 매년 2회 운행 기록을 내고 작동 여부도 검사받아야 한다. 음주운전 행위가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하도록 행동을 제약하고 지켜보는 것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 장치를 해체하거나 조작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차를 운전하면 무면허에 해당돼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음주운전 인식 교정 교육 병행돼야
상습 음주운전자는 면허 취소 기간만큼 차량에 음주측정기를 부착해야 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은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은 이미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는데, 미국과 스웨덴의 경우 음주운전 재범률이 약 90% 감소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도입하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법안이 10차례 발의됐고, 관련 기술과 법률 정비를 거쳐 올해 도입된 것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하면 정말 음주운전 습관을 치료할 수 있을까. 적어도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며, 상습 음주운전자의 금주 의지보다 더 믿을 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음주운전 행동을 규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인식을 교정하는 교육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기왕 경찰서에 장치 작동 여부를 검사받으러 가야 한다면 그때 음주운전 예방 교육도 필수로 이수하게 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은 어떨까. 음주운전을 질병으로 보고 치료하는 첫 법안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