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음주운전 유도, 고의 사고까지
역할 분담 및 단계별 계획 통해 사고 유발
오픈 채팅방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음주 운전을 하게 하고, 일부러 사고를 내 합의금을 뜯어낸 일당에게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당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선민정 판사는 사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36) 씨에게 최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와 함께 기소된 20대 공범 2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당 중 미성년자인 B 양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 2020년 9월 서울 관악구의 한 골목길에서 고의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속여 합의금 3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범행 과정에서 역할을 나눠 음주 유도와 사고 유발 등의 단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사고를 일으킬 장소를 알아보고 오토바이를 준비하는 등 설계 역할을 맡았다. 이후 일당은 새벽 시간대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함께 술 마실 사람을 모집하고 B 양이 피해자를 만나 술을 마신 뒤 “드라이브를 하자”며 인근 골목길로 음주 운전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피해자가 좁은 일방통행로에서 차로 역주행하자 공범 2명이 오토바이를 몰고 피해자 차량과 일부러 충돌했다. 사고 후에는 A 씨가 현장에 나타나 피해자에게 음주 운전을 빌미로 합의금 1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돈을 모두 지급하지 않자 그가 음주 사고를 냈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고 구체적인 기망 행위의 내용을 볼 때 범죄 정황도 불량하다”며 “청소년들과 공모해 범행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다만 피해가 소액이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
박준희 기자